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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명 : l 너무나 전문적인 매체기획
광고가 제품 판매를 위한 마케팅 활동의 일부라는 것은 광고 실무에 조금이라도 익숙한 사람들에게 지극히 상식적인 사실이다. 그들은 누군가가 커뮤니케이션 관점만을 가지고 광고를 이야기 할 때, 그것이 지나치게 이론적이라고 이야기 하며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말한다. 마케팅적 관점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군가가 광고 활동의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 매체 기획이 마케팅 활동의 일부로서 이해되어야 한다고 말한다면, 그들은 이론적으로는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할 것이다. 광고 실무자들에게 있어 매체 기획이란 프로그램의 효율성, CPRP, 도달률 등의 계량적이면서 전문적인 용어들과 비과학적인 매체 광고 판매제도가 동시에 연상되는 혼란스러운 주제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실무자들에게 매체 기획은 너무 전문적이어서 보통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운 분야, 너무 이론적이어서 현실과 접목이 되지 못하는 분야, 그리고 비과학적인 매체 구매 환경 속에서 제대로 하려고 해도 잘되지 못하는 그런 분야 정도로 인식하게 되었을 것이다.
필자는 본 연재의 초기에 매체와 관련한 이러한 생각들이 실무자들의 잘못된 매체 기획의 패러다임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지적한 적이 있다. 매체 기획은 양질의 프로그램을 얼마나 남보다 더 잘 구매할 수 있는 가 만을 다루는 분야가 아니라, 광고 예산을 수립하고 광고 시점 및 매체를 결정하는 대단히 전략적인 분야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광고가 마케팅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면 매체기획도 당연히 마케팅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시장과 소비자 그리고 상품을 이해하는 가운데에서 광고 활동의 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예컨데 어느 광고 제작자가 예술적 관점만을 고려하여 광고물을 제작한다면 당연히 그는 현실성을 무시하는 3류 제작자이다. 제작물은 물건을 팔기위한 것이기 때문에 마케팅적 관점을 무시하고 효과적인 광고물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매체 기획은 제품과 시장을 생각하면서 수립되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그것은 현실을 전혀 고려치 않는 3류 기획이 된다.
지금까지 우리는 매체 활동을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 하는 과정으로 규정하고, 광고주가 광고물을 매체에 실어보냈을 때 발생하는 소비자의 반응을 중심으로 매체 효과를 이해해 보았다. 이것은 크게 세가지로 정리될 수 있는데, 우선 소비자가 현재 우리에 대하여, 그리고 경쟁사에 대하여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 지를 이해하라는 것이다. 모든 대화의 출발은 상대방을 이해하는 데에서 출발하니까…. 둘째로 우리가 어떤 매체를 통하여 광고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할 때 그것이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이해하라는 것이다. 이를 통하여 우리는 어느 정도가 강한 광고활동이며 어느 정도가 약한 광고 활동인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를 바탕으로 어느 정도의 기간에 어떤 매체를 통하여 광고활동을 펼치면 소비자에게 충분한 것인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광고 활동의 효율성은 당연히 제품과 시장의 변화에 따라서 변화한다. 따라서 마케팅적 요인들의 변화에 따라 광고 활동의 효율성이 어떻게 변화하며, 이에 따라 매체 계획이 어떻게 조정되어야 할 지를 살펴보아야 하는데, 이것이 이번 호에서 다루고자 하는 주제이다.
l 마케팅 믹스와 매체 전략
마케팅적 관점에서 매체 기획을 바라볼 때, 매체 기획에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은 실로 다양하다. 마케팅 관련 요인들은 대단히 많으며, 어떤 요인들이든 직접, 간접적으로 매체 계획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많은 요인들이 모두 특정한 상황에서 매체 기획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개별 브랜드가 처한 마케팅 상황의 특수성에 따라 어떤 요인이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예를 들어 판촉 활동이 매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브랜드가 있는 가 하면, 그렇지 않은 브랜드가 있다. 이동 전화 시장은 판촉활동이 매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시장인데, 이럴 경우 판촉활동의 계획이 신문광고의 계획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의약품의 경우와 같이 판촉활동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제품도 있으며, 이 경우 판촉 활동은 매체 기획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수많은 마케팅 관련 요인들을 일일이 열거하면서 이 요인들이 매체 기획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설명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따라서 필자는 이들 요인 중 매체 기획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요인들을 몇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제품의 특성 : 제품의 특성은 마케팅 환경 분석에서 가장 먼저 살펴보는 주제이다. 이것은 소비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광고 메시지의 주제이며, 이것이 어느 정도 소비자에게 관심을 갖게 할 수 있는 가에 따라 매체 효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제품이 경쟁사의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월하다면 한번 노출의 효과가 매우 클 것이다. 또한 제품의 컨셉이 소비자에게 이해하기 쉬운 것이라면 적은 광고 활동으로도 쉽게 광고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 매체 활동의 최저, 최고, 최적의 수준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져도 무관할 것이다.
또한, 컨셉이 단순하다면 짧은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할 수 있는 TV가 적합한 매체가 될 수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하다면 인쇄 매체를 통하여 그 개념을 자세히 설명해 주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능성 화장품인 아이오페의 경우 감성적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제품의 기능적 측면을 소구하기 위하여 신문 광고를 활용하고 있다.
때로는 제품과 매체가 잘 어울리기도, 그렇지 못하기도 하다. 예를 들어 화장품은 감성적인 상품이기 때문에 논리적이며 딱딱한 매체에는 잘 어울리지 못하며, 따라서 TV와 잡지가 신문보다는 잘 어울리는 매체이다. 비히클의 특성과 관련하여서도 어울리는 비히클과 그렇지 못한 비히클이 있을 수 있는데, 고급 자동차의 경우 골프나 뉴스 프로그램, 고급 의상이나 화장품의 경우 엘르나 보그와 같은 프리미엄 잡지에 광고 하는 것 적합할 수 있다.
제품 수명 주기 : 매체 기획에 영향을 미치는 상품 관련 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의 수명주기 (Product Life Cycle)일 것이다. 제품의 수명 주기란 인간과 마찬가지로 제품도 태어나서 성장하고 죽음에 이르는 삶의 단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수명주기는 일반적으로 도입기,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로 나뉘어 진다. 제품의 수명주기는 제품군의 매출 동향을 시계열적으로 분석 함으로서 파악이 가능하며, S자 형태의 곡선을 그리게 된다 (그림 1.)
우선 제품이 도입기에 있을 때에는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 제품이 어떤 제품인가 하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알게 함으로서 소비자들이 1차적인 평가를 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매체 기획은 초기에 소비자들이 제대로 제품에 대하여 판단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도입기에는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제품이 나왔음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강한 주의를 끄는 것이 중요하며, 소비자들의 구전 (Word-of-mouth)도 활발히 일어나는 시기이기 때문에 충분한 매체 활동을 통하여 제품의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 런칭 광고에 실패한 브랜드로 크레도스II와 세피아II를 들 수 있는데, 당시 기아 자동차는 자금난을 겪고 있었기 때문에 충분한 주의를 끌 수 있는 매체 활동을 펴주지 못하였고, 두 제품은 소비자에게 강한 인식을 심어주지 못하였다. 결국 이 제품들은 지금도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이다. 일단 소비자들에게 주의를 끌지 못한 상태에서 어중간하게 도입기를 보내면 후에 다시 주의를 끌기가 대단히 어렵게 된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효율성 보다는 효과에 치중하면서 확실히 설득이 일어날 수 있도록 충분한 예산을 배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품이 성장기에 접어들면 시장 자체가 커가는 상태이기 때문에 경쟁사를 의식하지 않더라도 매출의 증대를 꾀할 수 있다. 따라서, 경쟁사의 광고활동에 대응하기 보다는 도입기에 이루어 놓은 우리 브랜드의 자산가치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장기의 후반부에서 성숙기에 접어드는 시기에는 경쟁이 점차 치열해 진다. 시장의 성장은 점차 둔화되어지며, 경쟁사들은 속속 시장에 진입하게 된다. 제품군 전체의 매출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점유율을 빼앗아 오거나 점유율을 지켜야만 우리 제품의 매출을 유지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이미 우리 브랜드에 대하여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새로움을 전달하기는 어려우며, 우리 브랜드를 잊지 않도록 회상을 지속적으로 해 줌으로서 점유율을 지키거나, 경쟁사 보다 높은 광고비 점유율 (Share Of Voice), 혹은 경쟁사 보다 나은 매체 전략을 통하여 경쟁사의 점유율을 빼앗아 오는 것이 중요한 시기이다.
제품이 쇠퇴기에 접어들게 되면 기업은 중요한 판단을 하게 된다. 이 제품의 생명력을 다시 불어 일으키기 위한 리뉴얼 캠페인을 생각해 보는 것도 이 시기이며, 별다른 마케팅 활동을 펴지 않으면서 수익성을 높여 Cash-cow 상품으로 만들어 가는 것도 이 시기의 일이다. 여성 화장품의 마몽드나 뜨레아의 경우 리뉴얼 캠페인을 통해 다시 살아난 브랜드에 속하며, 미로의 경우 더 이상 마케팅 활동을 크게 펼치지 않으면서 수익성을 높여가는 Cash-cow 상품에 속한다.
유통력 : 한 제품이 가지는 유통력은 매체 효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것은 통상 제품의 취급률을 살펴봄으로서 알 수 있는데, 유통 능력에 따라 광고에 대한 매출 반응이 다르게 나타나게 된다.
예를 들어 샴푸 시장에 있어 더블리치는 비달 사순의 두배에 해당하는 유통력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같은 광고비를 투입했을 때 매출의 반응이 크게 달라진다. 소비자가 상점을 찾았을 때 더블리치는 대부분의 상점에서 구매될 수 있지만, 비달 사순의 경우 대형 할인 매장과 같은 곳에서만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제품의 특성을 소비자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구매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가 상점을 찾았을 때 그 물건이 취급되지 않는다면 광고의 효과는 반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 상품이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하려면 일정한 수의 소비자들을 확보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며 일정 수준이상의 점유율 확보는 제품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중요하다. 매체 기획을 수립함에 있어 기획자는 광고 투입량에 따른 시장에서의 반응을 점검하게 되는 데, 유통력이 약한 제품의 광고비 대비 매출 반응은 그렇지 않은 제품에 비해 낮다. 이 경우 매체 기획자는 더 높은 광고 투입량으로 일정한 점유율을 확보하도록 해주거나, 아니면 어느 정도 유통력을 갖춘 후 광고 활동을 펼치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가격 정책 : 한 제품이 고가 정책을 쓰는 지, 아니면 저가 정책을 쓰는 지의 여부가 매체 기획에 영향을 줄 수 도 있다. 저가 정책을 쓰는 경우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광고가 덜 필요할 수도 있으며, 고가 정책의 상품인 경우 그 상품의 가치 (Value for Money)를 소비자에게 확실히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고가 정책의 상품인 경우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제공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경우 매체 및 비히클의 선정에 있어 효율성 뿐만 아니라 매체 및 비히클이 가지는 이미지적인 측면을 많이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이익의 정도 : 매체 기획자는 한 제품의 가격과 관련하여 절대적인 수준의 높고 낮음 뿐만 아니라 그 구성이 어떻게 되어있는 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가격과 관련하여 이익률을 살펴볼 수도 있는데, 이익률이 높은 제품의 경우 광고비 집행에 부담을 느끼지 않지만, 이익률이 낮은 상품의 경우 광고 예산의 여유가 많지 않음을 매체 기획자는 인식하여야 한다.
또한 가격은 중간상에 주는 이익의 정도를 의미하기도 하는 데, 중간상의 이익이 클 경우 중간상 스스로가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펼쳐줄 수 있다. 즉 중간상이 우리 상품의 대인 판매 요원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데, 중간상의 권매가 활발한 경우에는 광고가 좀 적어도 큰 문제가 없다. 반면 중간상에 주는 이익이 적은 경우에는 소비자가 우리 상품을 고집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필요할 것이다.
다른 촉진 활동과의 조화 : 광고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활동의 일부라면 다른 촉진 요소들 (즉, 홍보, 판촉, 대인판매 등)이 광고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하다. 광고, 판촉, 홍보 등의 여러 촉진 활동들이 조화를 이루어야 효율적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 달성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광고 활동의 계획을 수립하는 매체 기획자는 다른 촉진 활동들이 어떻게 계획되어지는 지를 미리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판촉 활동이나 홍보활동과 시점을 맞추어 광고활동을 계획하는 것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집중화 시켜준다는 데에서 의미가 있으며, 그 시점을 서로 달리한다면 기업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활동은 지속력을 가질 수 있어서 좋다.
또한 한 제품의 대인 판매 활동이 강한 경우 광고 활동은 상대적으로 적게 해주는 것이 좋다. 대인 판매란 소비자와 기업이 직접 커뮤니케이션 (Personal Communication) 하는 활동을 의미하며, 이것이 충분하다면 굳이 매체를 통하여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할 필요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화장품의 방문 판매 제품인 “헤라”의 경우 광고 활동은 철저히 방문 판매 사원을 지원하는 방향에서 소량의 광고 활동이 이루어 진다.
이밖에도 광고 제작물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를 매체 기획자가 미리 살펴보는 것도 효율적인 매체기획에 도움이 된다. 광고 컨셉이 단순한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 제작물의 질이 높은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는 노출량이나 크기에 있어 차이가 있어야 하며, 매체의 선정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필자는 매체 기획서를 작성함에 앞서 반드시 광고주, 기획자 및 제작자들과 실무적인 회의를 갖는데, 이때 제작물의 제작 방향이라든가 시안을 살펴보게 된다. 이를 통하여 특정 캠페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하고, 그 목적이 충분히 달성되도록 광고량 및 광고 일정을 수립하게 된다.
예를 들어 마몽드의 경우 “빛이 되는 여자”라는 광고 메시지를 감성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캠페인을 펼치고자 하였으며, 제작물을 시사한 결과 15초 광고를 가지고는 제작자가 의도한 느낌을 충분히 전달하는 것이 무리라고 판단되었다. 결과적으로 초기 광고 노출 시점에는 30초 및 20초 광고물이 적극 활용되는 것이 필요하며, 일단 30초 광고물을 몇 번 보고 나면 15초 광고를 통해서도 30초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따라서 노출 초기에는 30초를 위주로 한 광고물의 느낌 전달에 치중하고, 후에는 15초를 활용하여 광고 효과 유지하는 매체 계획이 수립되어 집행되었다.
l 환경적 요인과 매체 전략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미리 살펴보고, 할 수 있는 것들 중에서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 것인지를 미리 정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기획은 언제나 현실성이 전제되어야 하며, 합리적인 계획이란 이상적인 환경에서 실행 가능한 안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제약 여건 하에서 보다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매체 환경이 다른 나라의 그것과 다르다 할 지라도 우리 나라에서 합리적인 매체 기획을 수립 못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현실적인 제약 여건을 매체 기획자가 충분히 파악한 후 이를 감안하여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가의 문제이며, 환경적 요인을 살펴보는 것은 그러한 맥락에서 이다.
마케팅 믹스와 관련되지 않더라도 매체 기획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 들은 실로 다양하다. 우선 경제 환경을 살펴보는 것은 매체 기획서 작성에 기본에 속하는 사항이다. 경기 불황이 오게 되면 소비자들의 구매가 위축될 것이다. 시장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우며,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쟁사의 점유율을 빼앗아 오는 것이 유일한 방법일 수 있다. 반면 경쟁사들의 광고 활동은 위축되며, 우리 광고에 대한 대응을 쉽지 않게 만들 것이다. 점유율 확대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긍정적인 광고주는 이 기간에 적극적인 광고활동을 생각할 것이다. 이 기간에 올려진 점유율을 경기가 호전된 다음에도 유지한다면, 매출에 기여하는 부분이 대단히 클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불황기에는 매체 단가는 하락하며, 좋은 프로그램에의 집행이 가능해 진다. 광고 시장 또한 위축되기 때문이다. 광고가 별로 없으니, 소비자들은 광고물을 더욱 주의를 기울여 볼 수 있게 되고, 이 모든 변화는 같은 광고비로 높은 광고 효과를 낼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실제로 지난해 ㈜ 태평양은 광고비를 전혀 줄이지 않음으로서 모든 제품에 있어 5-10%의 점유율 확대를 이룰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시장이 20%가량 위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은 전년도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으며, 시장이 IMF 전 수준으로 회복된 금년에도 시장 점유율의 하락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매체 판매 제도가 어떻게 되어있는 지를 살펴보는 것도 매체 기획자가 해야할 일이다. 방송 광고에 있어 판매율의 상승은 좋은 프로그램의 구매를 어렵게 만들며, 판매율이 낮을 때에 비해 더 높은 광고비의 책정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신문광고를 할 때 조선, 동아, 중앙, 한국일보를 모두 구매해 주어야 하는 것이 한국적인 현실이라면, 매체 기획시 이 점을 고려하여야 한다.
광고주의 광고 집행 형태를 미리 파악해 보는 것도 현실적인 매체 기획에서 필요한 과제이다. 특정 광고주가 특정한 프로그램 및 매체를 선호한다면, 우선 그것이 개선 가능한 것인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그것이 개선 가능하다면, 매체 기획에 앞서 광고주의 실무진과의 협의를 통하여 이의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여야 한다. 만일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결국 그러한 광고주는 도태되겠지만), 이를 반영하여 매체 기획서가 수립되어야 한다.
l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매체 기획
결론적으로 마케팅 및 외부 환경적 요인들을 살펴보는 것은 이러한 환경의 변화가 우리의 광고 커뮤니케이션 효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하다. 이것은 시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시장을 둘러싼 여러 요인들은 어떻게 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더불어 소비자들은 이 가운데에서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 지를 파악하여 매체 활동 계획에 반영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광고가 마케팅의 일부이고, 마케팅 맥락에서 광고 커뮤니케이션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면, 광고의 중요한 요소인 매체 활동의 계획 역시 마케팅 맥락에서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매체 기획이란 단순히 비용 효율성을 따지는 문제가 아니고 시장에서 경쟁사와 우리, 그리고 소비자 사이에 광고 활동을 어떻게 펼쳐나갈 것인지를 계획하는 마케팅 활동의 일부임을 이해하는 것이 광고주나 매체 기획자에게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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